트럼프는 "미북정상회담 하겠다" 김여정 "비실리적이고 무익하다"

"비핵화 않겠다는 게 아니다. 중대조치가 함께 있어야 한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2박 3일 방한 일정이 마무리된 가운데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0일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내놓은 메시지의 골자는 "북미정상회담, 미국에나 필요… 우리에겐 무익하다", "비핵화 않겠다는 게 아니다. 

중대조치 함께 있어야 한다", "김정은, 트럼프에 좋은 성과 기원하며 인사 전한다" 
 
북미회담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지만 북한은 비핵화 폐기 가능성을 내놓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10일 "올해 북미 정상회담은 미국 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는 전혀 비실리적이고 무익하다"라고 주장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조미(북미) 사이의 심격한 대립과 풀지 못할 의견 차이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미국의 결정적인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올해 중, 그리고 앞으로도 수뇌회담(정상회담)이 불필요하며 최소한 우리에게는 무익하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올해 중 수뇌회담은 그 가능성 여부를 떠나 미국이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우리가 받아들여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담화에서 그는 올해 북미 정상회담이 불가능한 이유를 세 가지로 들었다. 그는 "첫째 그것이 필요하다면 미국에 필요하고 우리에게는 무익하다"라며 "새로운 도전을 할 용기가 없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아봐야 시간이나 때우게 되고 그나마 유지돼 오던 수뇌들 사이의 특별한 관계까지 훼손될 위험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10월의 서프라이즈'를 의식한 듯 "쓰레기 같은 볼턴이 예언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그렇게 해줄 필요가 없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금 정상회담을 한다면 누구의 지루한 자랑거리로만 이용될 것이 뻔하다"라며 이번 북미 정상회담 추진 움직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를 위한 것일 뿐이라는 회의적 인식도 드러냈다.

김 제1부부장은 특히 지난해 북한이 대미 위협용 발언으로 언급했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은 대선 전야에 아직 받지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런 곤욕을 치르게 될지 아닐지는 전적으로 자기들이 처신하기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미국에 제시했던 '연말 시한'의 마감을 앞두고 발표한 담화에서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한동안 중단했던 무력 도발을 재개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김 제1부부장은 "때 없이 심보 고약한 소리들을 내뱉고 우리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나 군사적 위협 같은 쓸데없는 일에만 집중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두고 봐야 한다"라며 "나는 그러한 사건들의 유무에 대한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미국이 우리에게 발신하는 갖가지 압박성 언동을 우리 지도부가 언제까지나 좌시하진 않을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경고했다.

김 제1부부장은 또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선반도(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하여 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타방의 많은 변화란 제재 해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님은 분명히 한다"라며 제재 해제보다는 대북 적대 정책의 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회동 자리에서 미국에 제재 해제를 협상 의제에서 완전히 뺄 것을 선언했다며 "북미 협상의 기본 주제가 이제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에서 '적대시 철회 대 북미 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북미 협상의 재개를 위해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먼저 철회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임을 강조한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강조하면서도 "두 수뇌들 사이의 관계가 좋다고 해도 미국은 우리를 거부하고 적대시하게 돼 있다"라며 미국 행정부를 상대하는 것과 북미 정상의 '개인적 친분'을 구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만을 생각하며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실수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경계해야 할 때"라며 "우리는 지금 시점에서 현 집권자와의 친분 관계보다도 앞으로 끊임없이 계속 이어질 미국의 대조선(북) 적대시 정책에 대처할 수 있는 우리의 대응 능력 제고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은 아울러 "나는 원래 남조선을 향해서라면 몰라도 미국 사람들을 향해서는 이런 글을 쓰기를 원하지 않았다"라면서도 "위원장 동지(김정은 국무위원장)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했다"라고 밝혔다.